플렉스(Adobe Flex) 계륵론

플렉스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작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플래시로 하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플래시 툴을 혼자서 다루기 힘들어 낑낑대던 중에 간단한 문법의 XML을 작성하여 쉽게 플래시를 만드는 플렉스를 발견한 후 엄청 반가워한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플래시로 구현하려던 것이 그리 복잡한 내용이 아니고 원격지의 데이터를 클라이언트에 뿌려주는 심플한 기능이었던지라 플렉스는 나에게 더할 나위없이 맞춤형 기술이었다.

하지만 플렉스를 프로젝트에 적용하던 중 어도비는 갑자기 플렉스 2.0을 내놓으며 기존의 1.0이나 1.5에 대한 지원을 멈추었다. 더구나 플렉스 2.0은 플래시 플레이어 9.0을 기본으로 필요로 하는 등 최신 기술만을 적용하여 공개되었다. 하지만 플래시 플레이어 9.0과 같은 최신 버전의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버전의 플레이어를 추가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려던 내 목적에 반하는 특징인지라 플렉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플래시 플레이어는 솔라리스, 리눅스, 매킨토시, 윈도우 등 다양한 OS에서 작동하는 범용적인 브라우저 플러그인이었다. 하지만 버전업과 함께 윈도우를 제외한 타 OS에 대한 지원을 멈추기 시작하며 점차 비즈니스 논리에 의해 제품을 릴리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렉스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웹 2.0 기술이라는 모토 아래 탄생하였고, 그 말인 즉슨 곧 제품의 범용성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뜻이다. 결국 어도비는 늦게나마 플래시 플레이어 9.0 for 리눅스를 올해 1월에 릴리즈 했다. 8.0 만 해도 윈도우와 맥킨토시만 지원한다. 이제 프로젝트에 플렉스를 사용해도 리눅스의 파이어폭스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로서 플렉스가 진정한 웹 2.0 기술이 된 것은 아니다. 웹 2.0 기술이란 기본적으로 개발생산성의 증가를 확보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하고 번지르르한 기술이라도, 프로그램을 만들고나서 사용자의 피드백에도 쉽게 변경할 수 없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없다면 빚좋은 개살구다. 물론 플렉스가 쉽게 RIA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쉽게 RIA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곧 개발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HTML이나 AJAX와 같은 웹 UI 기술에 비해 플렉스가 태생적으로 더 나은 부분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면 혹시 모를까,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잘못된 기술적 결정이다. 게시판과 같은 HTML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플렉스로 만든다거나, AJAX로 기존의 HTML에 풍부한 UI를 추가하는 것 대신 새로 플렉스를 적용하는 것은 쉽게 RIA를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희생양이되는 것이다. 플렉스는 HTML보다 빠르지 못하고, AJAX보다 기존 사이트와의 통합이 쉽지 않다. 아무리 쉽다고 하나 플렉스를 적용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배워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함을 의미한다. 과연 추가하는 시간과 비용을 감수할 만큼 플렉스가 HTML이나 AJAX보다 훌륭한 선택인지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AJAX는 기존의 웹 페이지를 비교적 쉽게 수정하여 RIA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어도비는 플렉스의 느린 속도를 개선하고 사용자들들 매혹시킬만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포함하기 위해 신속하게 버전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그 때마다 새로운 플래시 플레이어을 다운받거나, 그 플레이어의 리눅스 버전을 기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또 그 때마다 플렉스의 새로운 기능을 공부해서 반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플렉스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말했다시피 플렉스는 플래시 플랫폼의 하나로 플래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벡터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데이터 처리는 웹에서 플래시에서만이 훌륭히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나 원격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챠트 구현은 플렉스가 가장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플렉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과 더불어 플렉스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획을 하고 그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혜안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플렉스는 여전히 웹 디벨로퍼들에게 신기술과 실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by 마음속폭풍 | 2007/03/06 02:03 | 웹 2.0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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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수진 at 2007/03/08 09:09
책을 읽어보면서 근본 원리와 개념을 알면 웹3.0이 10.0이 나와도 혼란스럽지 않다고 하듯이, 개발자들도 신기술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많이 키워야 할 것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제리 at 2007/03/12 16:03
저는 지금 사내시스템중에 웹으로 되어 있는것을
Flex를 적용할 생각인데! 지강댈님의 고민도 같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RIA를 이용해서 직원들이 편히 사용할수 있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대부분 파워빌드 화면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한번 개발해볼까 생각중입니다. ^^;;
Commented by 마음속폭풍 at 2007/03/15 17:58
웹 사이트가 아닌 사내시스템이라면 의미?있는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 책의 중국판은 제리님이 맡아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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